[조선비즈] ‘금·다이아몬드 보다 낫다’… 젊은 투자자 뭉칫돈 몰리는 와인 투자
2022.09.22 유진우 기자
전 세계 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고급 와인 가격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신생 미국계 와인펀드 들이 젊은 개미 투자자 자금을 무기 삼아 고급_와인 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와인 관련 투자는 영국과 프랑스 같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강(强)달러 영향으로 미국이 투자를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21일 기준 전 세계 금융시장 에서 거래되는 와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 리벡스파인와인_1000 ′은 2021년 7월 30일 이후 1년 만에 24.4% 올랐다.
파인 와인 1000은 영국런던와인_거래소 ‘리벡스(LIVEX·London International Vintners Exchange)’가 산출하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와인 관련 시장 지표다. 2004년 1월 와인 가격을 100으로 놓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하는 1000개 와인 현재 값을 비교해 지수화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증권 거래 시세를 재는 지표인 MSCI월드지수는 18% 내렸다. 미국 증시에서 우량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역시 16% 하락했다. 와인에 투자했다면 증시가 내리는 와중에도 20%대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기한을 5년으로 넓혀보면 파인 와인 1000 지수 상승률은 47%다. 같은 기간 다이아몬드 (15%), 금 (33%) 같은 보편적인 대체투자 수단이 거둔 수익률과 비교하면 와인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급 와인들 몸값이 항상 지금처럼 높았던 것은 아니다. 와인펀드는 지난 30여 년간 단맛 쓴맛을 모두 봤다. 90년대 말 IT(정보기술) 붐이 일 무렵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 프랑스산 샴페인 ’은 성공의 징표였다.
미국에서 IT_버블 이 터지면서 고급 와인 수요가 주춤해지자 중국이 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홍콩을 중심으로 고급 와인 거래가 폭증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와인펀드는 침체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유럽 최고(最古) 와인펀드 ‘빈티지 와인펀드’는 한때 2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했지만, 금융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2013년 청산됐다.
와인투자 업계는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저(低)금리를 피해 대체 투자처를 찾던 미국 금융투자업계 눈에 와인이 들어오자 큰손들의 목돈이 몰렸다. 때마침 미국 요식업계도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고급 와인 소비 시장도 서서히 살아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와인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와인펀드나 와인관련 투자상품 대부분이 소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 방식이라, 수십억~수백억원대 목돈을 한번에 넣을 수 있는 자산가들만 펀드 가입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젊은 개미들 투자금을 모아 굴리는 와인펀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와인투자업계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미국에서 생긴 와인펀드 ‘ 비노베스트 ( VINOVEST )’는 창립 3년 만에 투자자 13만명을 모았다. 이 펀드는 현재 투자 등급에 속하는 고급 와인 50만병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로화나 중국 위안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까지 급등하면서 고급 와인투자 업계에서 미국의 입김이 더 세지는 추세다.
비노베스트 펀드 설립자 앤소니 장은 투자 설명서에서 “펀드 가입자 평균 연령대는 50대가 아닌 30대”라며 “지금 가입하는 신규 투자자 역시 1000달러 단위로 개인별 와인투자포트폴리오 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아직 와인에만 투자할 수 있는 대체 투자펀드가 없다. 기존 사모방식 해외 와인펀드는 미국_증권거래위원회 (SEC)와 해당 금융 당국 규정에 따라 자격이 인증된 전문 투자자의 자금만 받기 때문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유명 해외 와인펀드에 끼어들 방법이 없다.
다만 비노베스트 같은 신생 펀드는 음주 가능 연령대 성인이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계정을 만들어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한 고급 와인 투자가 점차 이름을 알리는 추세다. 트레져러 , 피스 같은 대체투자 플랫폼을 통해 1000원 미만 소액으로 로마네콩티 같은 수천만원대 프랑스 고급 와인 소유권을 쪼개어 갖는 방식이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와인 투자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소 가치를 보존할 수 있어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원자재나 금 같은 다른 대체 투자가 주식과 상당 부분 맞물려 움직이는 반면 와인은 상관 관계가 적다는 이점이 있어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자산 변동성이 출렁일 때 특히 가치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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